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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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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부산항도선사회장 청춘을 바다에 바치고 따낸 훈장…

출처 매일경제 4월 9일 박재영 기자

42세에 최연소 합격, 15년 베테랑 도선사
항로이탈 中어선 충돌위기 선박 급선회하며 통과 `아찔`
예인선 거꾸로 세워야하는 잠수함이 도선 난도 끝판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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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와 아픔 속에 잉태되는 과정. 청춘을 바다에서의 고독과 위험을 이겨낼 무기로 바친 후에 수여되는 '훈장' 같은 것이죠." 15년 도선사 경력의 '베테랑' 부산항도선사회 회장 양희준 도선사(57)가 "도선사를 한마디로 정의해 달라"는 기자 질문에 내놓은 답이다. 그는 2002년 2월 도선사 자격을 딸 당시 42세의 최연소 합격자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세월호 인양과 최근 연봉 수준이 언론에 공개된 이후 도선사에 집중되고 있는 관심에 대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항 인근 사무실에서 지난 3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돈보다 과정을 봐달라"고 기자에게 당부했다.
 
도선사가 되기 위해서 희생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뜻이다. 양 도선사는 "남들이 연애를 즐기고 인생의 가장 화려한 때를 보내는 20·30대의 꽃 같은 시절 배에서 홀로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된다"며 "대다수의 시간을 가족과 떨어져 보내야 하는 점이 가장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도선사가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은 아니다"며 "자식에겐 결코 물려주고 싶지 않은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나 최근 남대서양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건처럼 어떤 돌발사태가 일어날지 예상할 수 없는 게 바다다. 그런데 도선사는 안전장치 하나 없이 이동 중인 선박에 탑승해야 한다. 

그는 "배에 타는 사람은 큰 선박일수록 안전하지만 도선사 입장에선 큰 선박일수록 움직임이 둔하고 바람과 조류 영향도 많이 받아 더 큰 긴장감에 휩싸이게 된다"고 말했다. 심리적 부담도 크다. 그는 "천문학적 가격의 거대 상선이나 미군 항공모함 등을 인도하다 사고가 나면 비용 문제는 물론 국가 간 분쟁으로도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객선, 화물선뿐만 아니라 대형 항공모함도 국내에 입국할 땐 반드시 국내 도선사 지휘를 받아야 정박할 수 있다. 양 도선사가 꼽는 '끝판왕' 난이도의 도선작업은 잠수함 정박이다. 

양 도선사는 "잠수함은 승선도 어려울뿐더러 선미가 물에 잠겨 있어 예인선으로 직접 밀 수도 없다"며 "잠수함 도선 시에는 예인선을 반대로 세워 후미 프로펠러의 회전을 통해 물을 밀어내는 압력으로 이동시킨다"고 설명했다. 

아찔했던 경험담도 털어놨다. 도선사 생활 초기, 가덕수도 부근에서 앞서가던 소형 중국 선박이 예정된 항로에서 갑자기 이탈해 도선을 시도 중이던 대형 선박과 충돌 위기에 직면했다.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그는 "인명 피해만큼은 꼭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급선회 명령을 내려 좁디좁은 부표와 방파제 사이로 3만t급 대형 선박을 가까스로 통과시켰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바늘구멍 사이로 배가 통과하는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그는 세월호 이야기가 나오자 "바다 사람으로서 창피하다"고 말했다. 승객을 버리고 탈출한 선원들 얘기다. 

양 도선사는 "바다는 인간에게 끝없는 시련을 요구하고 있다"며 "세월호 사고는 기본을 모르는 사람들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질타했다. "위험하고 힘든데도 계속하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그는 "수출·수입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게 대한민국 실정이지만 국내 신항만 건설 속도는 물동량을 따라가지 못한다"며 "숙련된 국내 도선사들이 보완재 역할을 안 했으면 지금의 한국 경제도 불가능했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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