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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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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직업만족도 2위 도선사…美항모도 우리가 길잡이

2만t급 상선 들어오자 도선선 타고 접근해 승선…몸에 안전장치 하나없이 이동중인 선박에 올라
선장에게 정보 넘겨받아 조류·바람 체크하며 지휘
평균연봉 1억3000만원…야근 많지만 月10일 휴가

 
◆ 레이더뉴스 / 선박 접안 지휘하는 '도선사' 부산항에서 체험해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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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인천항에 입항하는 선박을 도선사의 지시 아래 안전하게 유도하는 모습. 작은 선박 두 척이

큰 선박을 밀어내며 선박 위치를 조정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인천항만공사 블로그]

항만에 입·출항하는 선박에 탑승한 뒤 선박을 부두까지 안전하게 인도해 소위 길잡이 역할을 하는 도선사(導船士).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직업 가운데 하나다. 

얼마 전 세월호 인양 과정에서 2명의 도선사가 세월호가 실린 반잠수식 선박에 올라 목포신항으로 유도하는 임무를 수행해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실시한 직업만족도 조사에서는 판사에 이어 만족도 2위를 기록한 직업으로 '톱10 직업' 중 유일하게 양복을 입지 않는 직업이다. 

'도선사의 세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매일경제 기자가 부산항으로 내려가 2시간에 걸쳐 도선사 업무를 체험해 봤다.
 
지난 4일 오후 부산 북항 자성대 부두에는 2만t급 상선 'NORDPUMA'호가 컨테이너 2000여 개를 싣고 부산항 연안 10㎞ 부근까지 도달했다. 

뭍에서 배의 접근을 세밀하게 관할하던 도선사가 출동할 순간이 온 것이다. 국내에 들어오는 모든 선박은 법상 도선을 받아야 한다. 다만 우리나라 국적선이고 선장이 한국 사람이면서 3차례 이상 들어오면 4번째부턴 면제받는다. 그러나 외국 국적선은 무조건 한국 국적 도선사가 안내하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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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을 도와준 북항 소속의 한 도선사는 "정박하려는 외국 선박들은 부두 근처 수심이 어디가 얕아지고 깊어지는지 몰라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자동차는 잘못 길을 들면 후진으로 쉽게 해결하지만 배는 접안 중에 속도를 줄인 상황이라 컨트롤하기 어려워 배를 밀고 당기는 예인선과 도선사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선선 '송도호'는 14t급에 길이 15.2m, 폭 3.6m 수준. 도선하려는 NORDPUMA호의 10분의 1 크기에도 못 미쳤다. 

이 작은 배를 타고 25분간 항해해 NORDPUMA호 우현에 도달했다. "군대는 다녀 왔죠?" 도선사가 대뜸 기자에게 물었다. 고개를 끄덕였더니 "그럼 줄사다리 많이 타봤겠네"라는 무뚝뚝한 대꾸가 돌아왔다. "공군 출신이라 그럴 일이 없었다"는 대답은 차마 하지 못했다. 

이동 중인 NORDPUMA호로 올라가야 할 순간이다. 안전장치 하나 없는 망망대해의 10m 줄사다리는 바람이 불 때마다 낙엽마냥 흔들렸다. 

승선은 '실전'이었다. 3칸 정도를 올랐을까. 그나마 아래를 받쳐주던 도선선마저 '휙' 하고 떠나갔다. 도선사의 "아래를 보지 말라"는 말은 요동치는 심장소리에 묻혀버렸다. '척척척' 몇 초 만에 NORDPUMA호에 올라 부담스러운 시선을 보내는 도선사가 야속했다. 

몇 분이 걸려 간신히 배에 오르자 후들거리는 다리를 안정시킬 틈도 없었다. 도선사는 선장·승무원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그들이 건네준 '도선사 카드'를 보며 본선 정보부터 파악했다. 선장에게 조종 지휘권을 넘겨받은 도선사는 먼저 통신 주파수를 조정했다. 

도선사의 첫 명령은 "속력을 줄이라"는 것이었다. 방파제 입구엔 조류가 강해 속력을 높여 들어왔지만 들어온 뒤엔 연안 항로의 속력 제한인 12노트에 맞추기 위해서다. "우현으로 20도." 방향을 바꿔 방파제를 통과할 무렵 갑자기 선내가 급박해졌다. 오른쪽 앞에 작은 어선 한 척이 돌연 진입한 것이다. 다리를 꼬고 앉아 있던 선장도 벌떡 일어섰다. 도선사는 즉각 관제탑과 교신하며 어선 정체와 예상 진행 방향을 체크했다. 해당 어선이 앞을 가로질러 갈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후 도선사는 방향과 속도를 조정했다. "Steady(항로 유지)." 어선이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야 선교는 평온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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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도선사가 NORDPUMA호에 승선하기 위해 도선사다리에 오르고 있다(왼쪽). 지난 4일 부산 북항 정박을 앞둔 NORDPUMA호 선장이 도선사에게 선박 규격과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가운데). 도선사가 육안으로 접안 과정을 지켜보며 예인선에 명령을 내리고 있다. [부산 = 박재영 기자]
부두에 가까워지자 도선사는 갑판으로 나와 배와 부두 사이 거리를 확인하며 예인선(용광호)에 무전으로 예인 명령을 보냈다. 도선사는 "직접 몰아보니 이 배는 뒤로 가는 힘이 약하다"며 "경험이 부족한 도선사가 운행했다면 위험한 상황에 이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돌발 상황에는 전적으로 도선사 경험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부두에 접안하면서 도선작업은 완전히 끝났다. 

현재 전국의 도선사는 254명에 불과하다. 국내에 여성 도선사는 없다. 선박 도선료의 30~40%가 도선사 몫이다. 도선료는 선박의 종류와 중량 등을 고려해 정한다. 도선료는 건당 최저 도선료인 27만원부터 시작해 대형 LNG선은 1000만원을 상회하기도 한다. 도선사는 각 지방도선사회 소속이지만 원칙적으로 개인사업자다. 도선사 연봉은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이 직업별 연봉을 조사했을 때 평균 1억3310만원에 달했다. 

도선사는 주간·야간·대기·휴가로 나눠 교대 근무한다. 평소에는 주간·야간으로 나눠 근무하고 갑자기 일이 몰리면 대기 중인 도선사가 추가 투입된다. 근무시간은 지회별로 다르지만 야간 근무와 대기근무까지 해야 하기에 한 달에 10일 정도의 휴가를 받는다. 

각 항구의 특성과 시기별로 차이가 크지만 도선사 한 명이 한 달 평균 40~50건의 선박을 도선한다. 신규 도선사 평균 나이는 2016년 합격자 기준 55.5세다. 65세가 정년임을 감안하면 보통 10년간 근무를 하는 셈이다. 

도선업계 관계자는 "최소 10년 정도는 일해야 어떤 배가 와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며 "도선사 진입 규제를 완화해 평균 연령을 낮춰 근무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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